1987년 발표되어 작가 토니모리슨에게 노벨문학상과 퓰리쳐상 등 유수의 상을 안겨주었으며 21세기에 들어서는 1980년 이후 최고의 미국소설 1위에 선정되며 살아있는 고전이 된 소설 빌러비드. 끔찍한 노예제도의 상처와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며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 교보문고 ㅣ 빌러비드 – 토니 모리슨 / 최인자 번역
줄거리
과거의 상처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자신의 딸 덴버와 함께 살고 있는 세서(Sethe)는 도망친 노예로 자유를 찾아 떠나온 여성입니다. 그녀는 사실 켄터키의 스위트홈 농장에서 노예생활을 하며 비극적인 고난을 겪었던 인물입니다. 그녀는 과거의 트라우마와 싸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농장을 떠나오면서 노예사냥꾼들에게 잡힐 것을 염려해 당시 2살이었던 자신의 딸 빌러비드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만 과거를 가지고 있거든요. 여성 노예로서의 비참한 삶을 누구보다 절절히 알고 있는 그녀였기 때문에 딸이 다시 노예농장에 잡혀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했던 선택이었지만.. 탈출에 성공한 뒤에도 빌러비드를 잊지 못하고 그녀의 영혼이 집 안에 있다고 믿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빌러비드 외에도 두 명의 큰 아들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빌러비드의 영혼이 집 안을 떠돌고 있다고 믿는 엄마와 불안한 집 안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성인이 되기전에 집에서 도망칩니다. 그리고 남편인 할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직 어린 막내 딸인 덴버만이 빌러비드의 영혼과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불안함을 느끼며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탈출
세서의 어머니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강제 이송된 노예였으며 세서 역시 태어나자마자 노예로서의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세서는 청소년기에 켄터키의 스위트 홈 농장으로 팔려갑니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전혀 스위트하지 않은 그곳에서 노예생활을 시작하게 되지요. 그나마 인간적이었던 처음 농장주 가너부부는 세서에게 같은 농장의 노예였던 할과의 결혼을 허락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농장주인 가너 부부가 죽은 후 그들의 사위인 스쿨티처가 농장을 맡게 되는데요. 그와 그 조카들은 노예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며 온갖 실험과 신체적, 정신적인 폭력과 학대를 자행합니다.
세서는 남편 할과 함께 농장 탈출을 계획하지만 세서가 학대당하는 모습을 본 할은 정신적으로 무너지게 되고 탈출할 능력조차 사라지고.. 결국 임신 중이었던 세서는 혼자 몸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탈출을 감행하게 됩니다.
빌러비드로부터의 해방과 회복
노예농장에서 도망친 세서는 그녀가 노예생활에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들로 인한 트라우마와 자신의 딸 빌리버드를 스스로 죽였던 죄책감으로 인해 집안에 빌리버드의 영혼이 있다고 믿으며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날, 세서의 옛 동료노예였던 폴 디가 찾아옵니다. 폴 디는 세서, 댄버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집안에 존재하는 빌리버드의 영혼이 이들의 평화를 방해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빌리버드의 영혼. 그녀는 자신을 빌리버드라고 소개하며 세서와 댄버의 삶에 끼어듭니다. 빌리버드는 세서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죄책감을 더욱 자극하는데, 세서는 빌리버드를 자신의 죽은 딸이 돌아왔다고 믿고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폴 디는 나타난 빌리버드의 존재로 인해 세서와 갈등을 겪게 되고 그녀의 존재를 의심하고 경계합니다. 반면, 댄버는 빌리버드를 통해 어머니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려고 합니다. 결국, 폴디는 다시 세서의 곁으로 돌아와 그녀가 빌리버드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돕고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세서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니다.
세서는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빌리버드의 영혼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영화 ㅣ 빌러비드
1998년 미국에서 공개된 동명의 영화 빌러비드에서는 오프라 윈프리가 세서 역으로 등장합니다. 오프라 윈프리도 흑인으로서의 강력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지요. 소설과 마찬가지로 19세기 중반 미국 남북전쟁 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흑인 여성의 고통과 생존을 중점적으로 조명했습니다. 영화는 시간순서대로 사건을 전개하여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으며, 소설 속에 등장한 상징과 은유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입니다.
작가 토니 모리슨
1931년 2월 18일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태어났습니다. 199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작가로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의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모리슨은 작품들을 통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경험을 탐구하고 특히, 여성으로서의 삶과 서사에 주목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다양한 문학적 영향을 받았는데요. 하워드 대학교와 코넬 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문학적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모리슨의 작품은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하며, 인종 차별, 정체성, 가족, 공동체 등의 주제를 탐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녀의 문체는 시적이며, 상징과 은유를 통해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평입니다.
토니 모리슨은 “솔로몬의 노래””Song of Solomon”,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 “설레스트라”“Sula” 등 다수의 중요한 작품들을 집필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강렬한 인물 묘사와 복잡한 서사 구조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인종과 정체성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빌러비드 자전적 요소
“빌러비드”는 토니 모리슨의 개인적인 경험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자전적 소설은 아니지만, 그녀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빌러비드”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856년, 마가렛 가너(Margaret Garner)라는 도망친 노예 여성이 그녀의 딸을 살해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너는 자신과 자녀들이 다시 노예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모리슨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빌러비드”를 통해 노예제도의 잔혹함과 그로 인한 심리적 상처를 강렬하게 묘사했습니다.
빌러비드의 존재
과거 : 빌러비드는 세서가 자신의 딸을 죽인 실제 사건에서 비롯됩니다. 세서는 딸이 노예제도로 다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2살에 불과했던 빌러비드를 죽였으며, 이 사건은 세서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세서는 빌러비드의 영혼이 함께한다고 믿게 됩니다.
현재 : 소설 중반에 빌러비드는 물리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다른 인물들과 상호작용합니다. 그녀는 세서의 집에 살며, 세서와 덴버와 긴밀한 관계를 맺습니다.
빌러비드가 가지는 의미
세서의 죄책감과 트라우마
빌러비드는 세서의 깊은 죄책감과 트라우마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세서는 딸을 죽인 후 계속해서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 고통이 빌러비드의 형태로 나타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는 세서가 빌러비드를 통해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시도로 해석됩니다.
상징적 의미
빌러비드는 노예제도의 끔찍함과 그로 인한 상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녀의 존재는 세서와 다른 인물들이 직면한 고통과 트라우마를 시각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빌러비드는 세서의 죄책감, 슬픔, 그리고 상처받은 영혼의 구체화된 모습으로 해석됩니다.
감상
노벨문학상은 어떤 특정한 작품에 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이라고 합니다. 흑인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빌러비드 (Beloved). 사랑받는 이라는 수동태로 쓰여진 이 이름은 사실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세서, 댄버 그리고 어린 나이에 죽임 당해야만 했던 아기가 그들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고 삶 속에서 마침내 회복한 정체성 그 자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로 읽는 세서의 노예로서의 삶은 읽어내리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잔혹합니다. 남편 할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은 노예제도 아래에서는 마땅히 그녀가 마음껏 사랑할 수도 없는 존재였습니다. 노예제도로부터 도망쳐 신시내티에 도착했을 때야 비로소 그녀의 아이들이 될 수 있었지요. 가장 근본적인 애정인 모성애 조차 박탁당한 그 시대의 여성들. 이 소설의 모티브가 실화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트라우마와 상처, 죄책감 속에서 빌러비드에 속박된 채 살아가는 세서. 그리고 자기고백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의 상처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 그녀는 지역공동체와 댄버, 폴 디의 도움으로 점차 그녀 본연의 삶의 주인이 되고자합니다.
전체적인 서사도 그렇지만, 일단 토니 모리슨이 써내려간 문체도 참 아름답습니다. 뉴욕타임즈 선정 1980년 이후 최고의 미국소설 1위에 빛나는 빌러비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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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벌고 더 행복하기로 해보았다.
어쨌거나 보고 읽고 쓰기를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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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아솔아 푸르른 솔아>의 푸르른 담당.